첫 번째 공명

이 글은 2025년 11월에 시작한 영문 뉴스레터 Resonant Circuit(공명 회로)의 첫 글이다.
내가 이 뉴스레터를 시작한 것은 삶의 전혀 다른 영역들에서 같은 질문이 나타나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AI는 더 이상 따로 떨어진 기술 분야가 아니었다. 조상의 기억은 더 이상 그저 역사가 아니었다. 윤리는 더 이상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었다. 이 주제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서로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나는 문중 어른들과 마주 앉아 우리 마을의 상호부조 체계인 의장소(義莊所)에 관한 이백 년 된 문서를 함께 풀었다. 같은 주에 국회의원들에게 줄 컴퓨팅 자원 주권에 관한 AI 정책 브리프를 쓰고 있었다. 맥락은 완전히 달랐지만 밑에 깔린 질문은 같았다. 돌봄을 기억하는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규모와 공포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거버넌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나에게 이 질문들은 하회에서 만난다. 육백 년의 혈통과 의례와 기억이 빚은 마을이다. 나는 서애 류성룡의 16대손이다. 그가 임진왜란을 겪으며 남긴 기록 징비록은 리더십과 책임과 회복에 관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성찰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서울의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거버넌스 세계에서 여러 해를 보낸 뒤 하회로 돌아온 나는 되풀이되는 구조적 패턴을 보기 시작했다. 집안 이야기에서, 공동체의 역학에서, AI 아키텍처에서, 수행에서, 사회 갈등에서.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었다. 하나의 관계 구조가 여러 규모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나는 이 구조를 공명 회로(Resonant Circuit)라고 부른다. 기억과 지능과 관계의 시간이 서로 작용하는 고리(토러스) 모양의 패턴이다. 치유와 거버넌스와 기술을 왜 더 이상 따로 떼어 이야기할 수 없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뉴스레터는 그 구조를 살펴보는 자리다. 내 목표는 최종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사건 아래의 작동 원리, 체계를 빚는 관계의 역학, 그리고 공동체가 회복을 시도할 때 떠오르는 지능의 형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서로 이어진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 윈드앤플로우 DAO(Wind & Flow DAO)로 전통 마을 거버넌스를 블록체인 위에 되살리기
- 하회 홈커밍(Hahoe Homecoming).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가 마을 생활, 전통 수행, 혈통 탐구로 뿌리와 다시 이어지는 리트릿 프로그램
- 공동체 실험의 경제적 기반으로 하회 소주 개발
- 존엄, 주권, 장기적 사회 회복력을 중심에 둔 AI 정책 틀 설계
여기 와 주었다면, 맨 처음부터 함께해 주어 고맙다.
당신의 관심과 호기심이 이 일을 의미 있게 만든다.
곧 다시 쓰겠다.
한석
영문 원문은 2025년 11월 29일에 썼다. 2026년 10월에 AI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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