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자, EOS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다, EOS.

아들은 왜 집을 떠나야 했나

EOS는 태생의 철학과 우여곡절 많은 역사 덕에 시장에서 아주 독특한 자리에 있는 블록체인이다. 처음 구상한 것은 블록원(Block.one, B1)이었지만 체인을 띄운 것은 커뮤니티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으로 분류하지 못하도록 ICO(코인 공개, 새 코인을 팔아 자금을 모으는 일)의 법적 구조를 공들여 설계한 결과였다.

그렇게 EOS는 41억 달러를 모아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ICO가 됐다. 회사가 코인을 발행하고 중앙화된 재단을 세워 모은 돈을 쓰다가 하위 테스트(Howey test, 어떤 투자가 증권인지 가리는 미국 법원의 기준)에 걸려 증권이 되어 버린 수많은 ICO 프로젝트와 같은 바구니에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ICO 성공의 대가는 무거웠다.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많은 돈을 모은 스타트업이 다 그렇듯, 그 뒤에 이어진 역사를 커뮤니티가 고스란히 겪어 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 보면 이렇다.

ERC-20 ICO 계약서는 SEC의 증권 판정을 피하려고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커뮤니티는 당연히 ICO 뒤에도 블록원이 중앙에서 이끌고 자금을 투입해 주리라 기대했다.

블록원도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모은 돈을 어떻게 쓸지 알리며 커뮤니티의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그 기대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업계 역사상 가장 성공한 ICO가 된 순간 블록원은 잃을 것이 너무 많아졌고, SEC의 손쉬운 표적이 됐다. 법무와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부서가 모든 결정의 병목이 되고, 어떤 행보에든 극도로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워진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래서 초기의 시도 상당수가 실패로 끝났다. 기대를 모았던 Voice.com은 도메인에만 3천만 달러를 쓰고도 뉴욕의 법률 문제에 걸려 뜨지 못했고, 결국 NFT 플랫폼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모두가 기다리던 EOS 재단도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두 번 다 내놓지 못했다. 재단 설립에 관여하면 EOS가 상품(commodity)이 아니라 증권으로 판정될 위험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블록원이 SEC와 합의했을 때 합의 조건에는 5년 조항이 있었다. 블록원이 조건을 어기면 합의가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쌓인 원망과 분노의 이유가 SEC만은 아니었다. 41억 달러 ICO 성공 뒤 블록원이 보인 순진함도 있었다. 자신들이 출자자(LP)로 들어간 벤처캐피털에 EOS를 우선하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하라는 의무를 걸지 않았다. 법무 부서를 거치느라 느리고 늦은 소통, 그리고 귀가 먹먹할 정도의 침묵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독립과 복수의 이야기

배신당하고 버려졌다는 감정 속에서 커뮤니티는 이브(Yves La Rose) 뒤로 모였다. 그는 이오스 네트워크 재단(ENF)을 세우고 블록원이 비운 리더십의 자리를 메우며 스스로를 체인의 CEO로 칭했다.

이브는 블록원의 베스팅(토큰을 정해진 일정에 따라 나눠 받는 것) 코드를 동결해 체인과 블록원의 연결을 강제로 끊었다. 이 조치는 ’커뮤니티가 독재자에게서 권력을 되찾는 일’로 포장됐다. 독재자는 블록원이었다.

논란도 많고 편을 가르는 일이었지만, 그의 대담한 행보는 처음에는 커뮤니티에 잘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그는 일을 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었고, 블록원이 남긴 리더십 공백의 갈증을 풀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많은 일을 했다. 이브와 ENF는 블록원이 해 주지 못한 중앙화된 리더십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모두 했다. 앤틸로프 연합(Antelope Coalition), 블루페이퍼, Yield+, Recover+, EVM 등이다.

ENF는 큰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인플레이션의 2%를 스스로에게 배정하는 매우 과감한 예산 지출을 했다. 공개적인 감시 없이 그 많은 돈이 쓰였다. ENF와 이브가 커뮤니티에 남은 유일한 희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의 높은 기대와는 별개로, 그와 ENF 팀이 쏟은 모든 노력과 일에도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ENF가 커뮤니티에 심어 준 기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결과와, 견제 없이 쓰인 돈의 규모와, EOS 토큰 가격에 미친 악영향 사이의 뚜렷한 대비는 커뮤니티 안 많은 이에게 심각한 우려와 질문을 낳았다.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지난 1년간 ENF의 admin.grants 계정에서 중앙화 거래소로 나간 출금 내역이다.

3,500만 EOS가 팔리는 동안 가격은 1.19달러에서 0.54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브가 ENF를 처음 발표한 2021년 8월의 가격과 비교하면 대비는 더 극적이다. 당시 가격은 5.50달러 언저리였다. 이브가 리더십을 맡은 뒤 코인 가치의 90%가 사라져 지금 0.54달러라는 뜻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이렇게 비극적으로 들어맞는다.

2년 전 발표한 블록원 상대 집단소송을 검토하느라 쓴 의지와 비용도 있다. 블록원을 상대로 한 다른 집단소송은 이미 제기됐고, 자격이 되는 토큰 보유자에게는 연락처와 거래 정보를 제출해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2,200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이 다시 열려 참여자를 모집했을 때, ENF는 오히려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한국은 EOS 전체 공급량의 3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제안된 집단소송이 한국 EOS 보유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그 소송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행은 되고 있는가? 더 중요하게는,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쓸 가치가 있는가?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이브와 ENF는 안 뒤져 본 돌이 없는 것 같다. 그는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했고, 블록원이 해 주기를 바랐던 모든 것을 했다. 그런데 그 대신 그가 한 일이 가격에 반대 방향의 충격도 주었다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집에 남아 있는 진짜 풍요

블록원과 EOS의 원래 비전인 ‘프로파이(Profi)’, 즉 EOS 위에 BTC를 래핑하고(다른 체인의 코인을 이 체인에서 쓸 수 있게 감싸는 것) 블록원이 보유한 14만 BTC와 결합하는 구상은 여전히 거대한 기회로 남아 있다. 여기에 블록원이 불리시(Bullish)를 통해 쌓은 기관 관계를 더하면, 온체인에서 KYC(고객 신원 확인)를 갖춘 STO(증권형 토큰 공개)와 실물자산(RWA) 토큰화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이 어느 때보다 또렷이 보인다. (이것은 수십억이 아니라 수조 달러의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같은 기관이 디파이와 RWA에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유동성이 충분하고 KYC가 되는 블록체인이 없어서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EOS가 그 체인이 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변화하는 이 통화 환경에서 EOS보다 좋은 자리에 선 체인은 없다. 베낄 수 없는 독특한 태생과 역사와 철학 덕에 이것은 EOS에서만 가능하다.

자신의 진짜 힘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진정한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는 운명의 무자비한 자비를 탓하며, EOS는 2년 동안 자기가 아닌 것이 되려고 광야를 헤맸다. (아름다운 것은, 이 방황 자체도 여전히 여정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이다.)

EOS, 이제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ENF는 권력을 커뮤니티에 돌려준다는 서사를 내세웠지만, 커뮤니티가 끝내 배운 것은 다르다. 진정한 주권은 피해자의 자리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블록체인을 만들려면 인재, 돈, 기술, 문화, 철학, 비전, 네트워크, 커뮤니티,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 필요하다. EOS가 원래 되기로 한 것이 되려면 ENF와 블록원이 둘 다 힘을 보태야 한다. ‘온전해야’ 한다.

이제 커뮤니티는 화해를 요청한다. 우리는 EOS가 블록원에게 돌아가, 프로파이(디파이 + KYC)와 불리시와 14만 BTC로 원래 이루려던 것을 함께 실현하기를 바란다. 빠르게 바뀌는 지금의 거시경제 환경에서 이 원래 비전이 점점 더 유효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브가 지금까지 쏟은 모든 노력을 인정한다. 그는 블록원이 약속한 대로 EOS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해냈다. 이에 EOS 커뮤니티를 대신하여 이브에게 제안한다. 블록원과 평화롭게 화해해 달라.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곳이 거기이기 때문이다.

불리시는 이전 SEC 공시에서 8천만 개가 넘는 EOS 토큰을 보유했다가 올해 초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제 가격이 훨씬 싸졌으니, 블록원이 그 토큰을 다시 사들여 다시 한번 이 판에 지분을 갖기에 좋은 때다. 꼭 ’창립자’로서가 아니라 ’투자자’로서 말이다.

함께라면 우리는 SEC가 보기에 토큰이 상품이라는 지위를 지키면서, 프로파이와 EOS 위에 래핑된 BTC라는 원래 의도한 서사를 완성할 수 있다.

영문 원문은 2023년 10월 22일에 썼다. 2026년 10월에 AI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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