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뒤에 숨을 곳은 없다 [1/3]

연재 소개

**「코드 뒤에 숨을 곳은 없다: 어느 노드 운영자의 EOS DPoS 부패 고백」**은 EOS의 DPoS(위임지분증명) 체계 안에서 벌어진 부패와 거버넌스 문제를 깊이 파헤치는 세 편짜리 연재다. ’코드가 법이다(code is law)’라는 태도가 중앙화 거래소의 스테이킹 관행을 거쳐 토큰 보유자의 ’의도’를 배신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 준다. 내부 고발자의 눈으로 EOS 블록체인의 투표 거래와 투표 매매의 실상을 드러내고,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썩어 가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연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머리말: 이 연재를 읽어야 하는 이유
  • 고백: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입문: EOS 거버넌스의 신뢰가 무너져 온 짧은 역사

2부: DPoS 블록체인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투표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투표 중개인의 등장
  • DPoS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굳어지는가: 투표 맞교환의 원리
  •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 스테이킹은 곧 투표다

3부: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 코드 뒤에 숨을 수는 없다
  • 맺음말: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연재의 목적

이 글의 목적은 온체인 거버넌스를 충분히 헤아리지 않고 설계된 거래소의 스테이킹 관행이 EOS 체인 안에서 어떤 거버넌스 부패를 낳았는지 밝히는 것이다. 거래소들이 자기 스테이킹 서비스가 일으키는 나쁜 파급 효과를 알아차리고, 더 책임 있게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목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차 목표는 거래소와 익명의 투표 중개인 사이의 결탁, 특히 투표 매매 거래를 멈추는 것이다. 이 동맹은 EOS 내부 거버넌스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누가 왜 읽어야 하는가

EOS 보유자에게: 이 글은 EOS 네트워크 안의 거버넌스 문제와 부패의 과정과 원리를 데이터에 근거해 두루 다룬다. 투표 중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투표 조작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알면, 토큰 보유자는 자기 투자와 네트워크 참여를 더 정확한 정보 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중앙화와 부패가 체인 내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다. EOS 사례는 탈중앙화를 내세우는 프로젝트의 거버넌스가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Web3 빌더에게: Web3의 핵심은 기업이 지배하는 닫힌 Web2와 달리 커뮤니티가 인터넷을 소유한다는 데 있다. 이 연재는 Web3 프로젝트가 거버넌스와 사용자의 투명한 의사결정이라는 섬세한 문제에 충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어떻게 자기도 모르게 Web2와 똑같은 함정에 빠지는지 보여 주는 경고다.

거래소 관계자에게: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EOS 같은 PoS와 DPoS 체계의 의사결정에서 큰 힘을 쥔다. 이 글은 거래소가 토큰 거버넌스에서 지는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강조하고,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실수를 피하고 책임을 다하는 길을 제시한다.

ENF(EOS 네트워크 재단)에게: ENF는 EOS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체가 되었고 많은 일을 이루었다. 중앙 권위가 없는 상태에서 ENF가 세워졌다는 것 자체가 커뮤니티의 기념비적 성취다. 이 글은 그 성취가 정당하지 못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모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지는 글은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는지, 그리고 EOS에서 보낸 여섯 해 동안 겪고 본 것을 왜 지금 나누려 하는지 고백하는 글이다.

고백: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내 이름은 류한석이다. 2018년에 노드원(NodeONE) 팀을 세웠고, 2023년 7월까지 EOS 메인넷의 BP(블록 프로듀서, 토큰 보유자의 투표로 뽑혀 블록을 만들고 체인을 운영하는 노드)로 일했다. EOS가 그토록 눈부시게 출발하고도 어쩌다 지금 자리, 코인마켓캡 60위권 아래까지 내려왔는지 내가 겪은 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 글은 지난 여섯 해 동안 퍼블릭 블록체인의 생명이자 본질인 투명성과 정당성이 투표 거래, 투표 매매, 뒷거래 담합으로 어떻게 훼손되고 썩어 갔는지 내가 이해한 바다. 내가 아는 한 이 정도 깊이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제네시스 블록부터 오늘의 EOS까지 맨 앞줄에 앉아 지켜봤다.

지켜봤다기보다, 크든 작든 그 부패에 참여하고 기여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내가 걸어온 길은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서서히 활력을 잃고 죽어 가는지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다.

지난 여섯 해 동안 나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돌며 투표 중개인과 거래소에 표를 팔아 달라고 매달리는, 가장 낮은 내 모습을 보았다. 공익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들 하는데’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BP로서 어떤 성과를 내든 상관없이, 사들인 표 덕분에 편안해하는 내 모습도 보았다.

여러 해 동안 투표 매매를 끝내야 한다고 설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투표 매매에 참여하고 있었으니, 몹시 위선적이라고 느낀 때가 많았음을 인정해야겠다.

이 고백을 쓰기 전에 나는 많은 갈등과 싸워야 했다. 내 안의 갈등만이 아니라, 이 부패의 과정을 나와 함께 걸어온 사람들과의 갈등이기도 했다. 그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웃으며 인사하고, 어쨌든 관계를 쌓아 가는 사람들이다. 내가 밝힐 진실을 그들이 공격으로 받아들일까 두려웠다. 내 손에 피를 묻히게 될까 두려웠다.

무엇보다 이 글은 성격상 내부 고발이다. 큰 거래소를 비롯해 이 글을 반기지 않을 이들의 진실을 드러낸 뒤 그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논란이 되면 따라올 비난과 눈총이 가장 무서웠다. 진실을 말했다가 고초를 겪은 사람들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러나 눈앞의 명백한 부패 앞에서,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는 내 욕심이나 사사로운 이해, 부패 한가운데 있는 이들과 겉으로나마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보다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까스로 분별하게 되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이 정보가 큰 논란을 부르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번지점프를 하듯 쓴다. 더 잃을 것이 없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밝히려 한다. 그다음은 커뮤니티의 뜻대로 정해질 것이다. 나는 모두 맡긴다.

이어서 EOS 거버넌스의 신뢰가 무너져 온 역사를 짧게 훑는다. EOS 커뮤니티 안팎의 보유자와 빌더를 위해서다. 다음 글들에서 다룰 이야기를 체인의 더 큰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틀이 될 것이다.

EOS가 무너져 온 짧은 역사

EOS는 출발 철학과 우여곡절 많은 역사 면에서 시장에서 아주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원(Block.one, B1)이 구상하고 커뮤니티가 띄운 EOS의 ICO(암호화폐 공개)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증권 분류를 비켜 가도록 전략적으로 설계되었고,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인 41억 달러를 모았다.

EOS의 핵심 비전은 ’통치되는 블록체인(governed blockchain)’이었다. ’코드의 의도가 법이다(the intent of code is law)’라는 원칙에 뿌리를 둔 것이다. 이 정신은 로고에도 담겼다. 사람의 심장을 상징하는 체스타헤드론(chestahedron)이다.

https://frankchester.com/project/chestahedron/

EOS는 합의 알고리즘으로 DPoS(위임지분증명)를 택했다. 토큰 보유자가 최대 30명의 블록 프로듀서에게 투표해(토큰 1개에 30표) 최종 21명의 BP를 뽑고, 그 BP들이 공공의 합의를 공증하며 레퍼렌덤(온체인 국민투표)으로 모인 대중의 뜻에 따라 기술, 경제, 정치의 핵심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EOS 커뮤니티의 집단 의지를 구현하려는 체계였다.

결정적으로, EOS의 원래 헌법에는 투표 매수 금지 조항이 있었다. 표를 사고파는 일을 막아 공정하고 공평한 거버넌스를 보장하려는 조항이었다. 이 규칙은 EOS 네트워크의 신뢰와 탈중앙화를 지탱하는 토대였다.

그러나 2019년 EOS 사용자 약정(EUA)이 도입되면서 EOS 거버넌스의 틀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EOS 뉴욕의 케빈 로즈(Kevin Rose)와 EOS 네이션의 이브 라 로즈(Yves La Rose, 지금은 ENF의 CEO)가 주도했다. 상위 21개 BP가 밀어붙여 비준한 EUA는 임시 헌법을 사실상 무효로 만들었다. 투표 매수 금지 규칙까지 함께.

EUA는 의사결정권을 상위 21개 BP 안에 집중시켰다. 레퍼렌덤도 공개 투표도 필요 없게 만들었고, 체인을 ’코드의 의도가 법’인 체인이 아니라 ’코드가 법’인 체인으로 바꿔 놓았다.

이 전환은 EOS 커뮤니티에 넓고 깊은 영향을 미쳤다. 투표 매수를 막던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졌고, BP들은 EOS 커뮤니티를 위한 제품이나 공공재를 만드는 대신 거래소와 특수한 관계를 맺어 표를 사는 데 매달리는 거버넌스 풍경이 펼쳐졌다.

BP가 수익의 80~120%를 표 확보에 쓰는 일이 흔해졌다. 그렇게 산 표는 다시 수익률(yield)이 되어 온체인 스테이커와 거래소에 맡긴 스테이커에게 나뉘어 돌아갔다. 후오비(Huobi)와 ZB, 뒤이어 OKEx 같은 대형 거래소가 들어오면서 이 ’바닥을 향한 경쟁’은 더 심해졌다.

그 결과 상위 21개 BP는 정작 EOS 토큰 보유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정치와 경제의 모든 결정권을 여는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체인은 사실상 소수의 중개인과 중앙화 거래소의 손에 들어갔다.

EOS 거버넌스가 무너져 온 역사는 더 넓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중요한 교훈이다. 원래의 비전(‘코드의 의도가 법’)에서 EUA가 이끈 거버넌스(‘코드가 법’)로 옮겨 간 과정은 이해관계자의 대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투표 매수 관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 준다.

이 역사는 또한 ’스테이킹’에 내재한 공적 의사결정권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것은 탈중앙화의 핵심 정신이며, 이 원칙을 지킨다고 말하는 모든 블록체인에 꼭 필요한 것이다.

EOS 이야기는 합의가 금전적 유인에 훼손되지 않고 커뮤니티의 주권적 의도를 진정으로 반영하도록 늘 깨어 있고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EOS의 역사를 더 넓은 시각에서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전에 쓴 글 “집으로 돌아갈 때다, EOS“를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집으로 돌아가자, EOS.

다음 편의 제목은 “DPoS 블록체인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다. 온체인 데이터와 내가 투표 중개인, 중앙화 거래소와 나눈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면서, EOS 체인의 카르텔, 곧 그림자 정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깊이 파고든다.

기대해 주시길.

이 글과 EOS 거버넌스를 두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EOSproject 텔레그램 그룹에서 대화에 참여해 달라.

1부: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머리말: 이 연재를 읽어야 하는 이유
  • 고백: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입문: EOS 거버넌스의 신뢰가 무너져 온 짧은 역사

2부: DPoS 블록체인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투표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투표 중개인의 등장
  • DPoS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굳어지는가: 투표 맞교환의 원리
  •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 스테이킹은 곧 투표다

3부: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 코드 뒤에 숨을 수는 없다
  • 맺음말: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영문 원문은 2023년 12월 6일에 썼다. 2026년 10월에 AI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옮겼다.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