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뒤에 숨을 곳은 없다 [2/3]

Dall-E로 만든 그림 (프롬프트: “draw anonymous vote-buy”)

연재 소개

**「코드 뒤에 숨을 곳은 없다: 어느 노드 운영자의 EOS DPoS 부패 고백」**은 EOS의 DPoS(위임지분증명) 체계 안에서 벌어진 부패와 거버넌스 문제를 깊이 파헤치는 세 편짜리 연재다. ’코드가 법이다(code is law)’라는 태도가 중앙화 거래소의 스테이킹 관행을 거쳐 토큰 보유자의 ’의도’를 배신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 준다. 내부 고발자의 눈으로 EOS 블록체인의 투표 거래와 투표 매매의 실상을 드러내고,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썩어 가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연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머리말: 이 연재를 읽어야 하는 이유
  • 고백: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입문: EOS 거버넌스의 신뢰가 무너져 온 짧은 역사

2부: DPoS 블록체인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투표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투표 중개인의 등장
  • DPoS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굳어지는가: 투표 맞교환의 원리
  •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 스테이킹은 곧 투표다

3부: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 코드 뒤에 숨을 수는 없다
  • 맺음말: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투표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투표 중개인의 등장

EOS와 DPoS 이야기에 새 인물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투표 중개인(vote broker)이다. 커뮤니티는 투표 거래 문제도, 거래소가 고객 토큰으로 투표하는 문제도 오래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투표 중개인에게는 충분히 눈길이 가지 않았다. 거래소가 투표 결정을 통째로 맡기는 바로 그 한 사람이다.

거래소 직원일 수도 있고, 토큰 스테이킹과 거버넌스 일을 맡기려고 고용한 외부 계약자일 수도 있다. 이 사람은 힘이 세다. EOS 거버넌스 구조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느 BP(블록 프로듀서)가 체인을 쥐는지 정하는 것은 토큰 보유자가 아니다. 장막 뒤에서 당신의 토큰으로 제멋대로 투표하는 투표 중개인이다.

BP는 EOS 커뮤니티 전체와 소통할 이유가 없다. 표를 받으려면 장막 뒤의 투표 중개인과 관계만 잘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상위 21위 안에 보유자들이 들어 본 적도 없는 BP가 그렇게 많은 까닭은, 그들이 실제 보유자와 소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11월, 토큰 6,800만 개를 새로 찍어 내는 MSIG(다중서명 제안)가 통과되던 때 체인의 BP 투표력 지형은 이랬다.

BP가 다른 데서 표를 아무리 긁어모아도, 투표 지형을 좌우하는 두 대형 거래소 가운데 하나의 표 없이는 상위 21위에 들 수 없었다. 거래소 A 한 곳이 상위 21위 진입에 필요한 전체 표의 33%(1억 3,200만 표 중 4,400만 표)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거래소 A가 보관하는 투표용 EOS 토큰 전부를 한 사람이 좌우한다. 이 글에서는 그를 토니라고 부르겠다.

공개 검토 절차도 없이 6,800만 토큰을 허공에서 찍어 내기로 결정한 BP 17곳 가운데 14곳이 토니의 표를 받은 곳이었다. 토니는 당시 장막 뒤에서 대리 계정 24개로 거래소 A 고객 토큰 4,400만 개를 움직였다.

거래소 A에서 연 2%쯤 되는 스테이킹 이자를 받던 사람들은, 토니라는 생면부지의 외국인이 자기 투표권으로 6,800만 토큰 발행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자기 토큰 가치에 크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결정인데도 말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연 2% 이자를 계속 받자고 자기 지분 6%가 희석되는 결정에 동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결정을 내린 BP들은 거래소 A의 표가 없었다면 상위 21위에 들지도 못했을 곳들이고, 그 표는 토니가 정했다.

거래소가 고객에게서 맡은 토큰으로 투표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고객 토큰을 관리할 책임을 진 거래소의 “고지 불충분”에 해당한다.

보유자에게는 큰 타격이지만, 이런 투표 중개인과 은밀한 관계를 트는 데 성공한 BP에게는 아주 편안한 고정 수입원이다.

토니에게서 받은 표는 커뮤니티에서 무슨 짓을 하든, 블록 생성 라운드를 몇 번 빼먹든 유지된다. 토니 심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BP가 할 일은 매주 월요일 토니와 다른 중개인들에게 80% 남짓을 돌려주는 것뿐이었다.

이제 DPoS에서 카르텔이 투표 맞교환으로 어떻게 굳어지는지 더 깊이 들여다보자.

DPoS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굳어지는가: 투표 맞교환의 원리

이른바 허수아비 BP(sock-puppet BP)는 EOS 커뮤니티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커뮤니티에서 누구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실제 인프라를 갖추고 노드를 돌리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BP 순위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어디론가 꼬박꼬박 돈을 보낸다.

허수아비 BP가 생기는 이유는 대개 1T30V(토큰 하나로 30표를 던질 수 있는 EOS의 투표 방식)를 이용해 표를 맞교환할 때 양쪽 표 수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다. 투표 맞교환은 보통 이런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받은 투표 맞교환 제안 DM 캡처다.)

불행히도(?) 저 대화가 오갈 당시 NodeONE에는 맞교환할 표가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정해 보자. 위에서 맞교환을 제안한 BP에게 EOS 500만 개가 있고, NodeONE에는 100만 개가 있다고.

표 비율이 500만 대 100만이니 양쪽이 맞지 않는다. 이럴 때 500만 쪽은 자기 계열의 허수아비 BP 4곳을 더 동원하고, 1T30V로 남는 400만 표를 되돌려 받아 양쪽을 맞춘다.

생태계에 정체 모를 BP가 그토록 많이 BP 목록을 채우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위 표에서 보듯 허수아비 BP 하나의 경제 규모는 하루 4,100 EOS다. 지금 시세로 하루 2,900달러, 1년이면 100만 달러쯤 된다. 그것도 EOS 가격이 최고 22달러에서 0.7달러 남짓까지 떨어져 바닥을 기고 있는 지금 기준으로 그렇다.

표 수 불균형에 따른 투표 맞교환은 보통 이렇게 조율된다.

왼쪽은 중국인 투표 중개인 A와 나. 오른쪽은 토니와 나.

지금 상위 21위 BP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방식도 사실상 같은 맥락이다. 위의 익명 허수아비 BP와 다른 점이라면, 상위 21위 BP는 거래와 매수 규모가 더 크고 이름이 (대체로) 알려져 있다는 것뿐이다.

부끄럽지만, 아래는 내가 어느 BP의 소개로 거래소 A와 토니에게 표를 부탁하고 가격 제안을 받은 카카오톡 캡처다.

왼쪽은 BP A를 통해 거래소 A를 소개받는 나. 오른쪽은 거래소 A 담당자와 토니의 표를 두고 이야기하는 나.

왼쪽 대화에서 보듯, 표를 사는 BP는 매주 월요일 지정된 중개인 계정으로 8085%를 보내고 나머지 1520%를 가지면 된다.

매주 월요일 자기 거래소 계정으로 돈을 보내는 허수아비 BP. (토니는 체인 밖에서 돈을 받는다.)

15~20%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직원을 뽑고 사업을 키우며 커뮤니티에 헌신하기에는 모자란 돈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부업 수입으로는 충분하다. 윤리와 DPoS의 본래 취지를 내팽개치는 일만 모른 척할 수 있다면 이보다 달콤한 것이 없다.

토니와 사이만 좋게 지내면 애쓸 일이 거의 없다. 어떤 MSIG에 서명하든 토니 비위만 건드리지 않으면 자리는 그대로다.

건강한 거버넌스나 본래 의도된 DPoS의 정신은 거래소와 그 중개인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BP가 꼬박꼬박 내는 돈이다. 중개인 몫을 떼고 남은 돈을 고객에게 이자로 나눠 주어 고객을 자기 플랫폼에 묶어 두기 때문이다.

여기서 ENF(이오스 네트워크 재단)와 그 지도부가 등장한다. 투표 거래 게임에 끼어든 BP는 체인의 크고 작은 결정을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ENF가 하라는 대로 따른다는 암묵적 이해가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이브(ENF 대표 이브 라 로즈, Yves La Rose)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손 들라고 할 때 손 들고, 투표하라는 대로 투표하면서, ENF가 알아서 잘하겠거니 눈감고 믿는다. 이를테면 연 2% 인플레이션 기금을 ENF로 자동 이체하는 제안을 통과시키는 식이다. BP의 정기 검토와 온체인 승인에 기대던 ENF의 의존을 끊어 버린 것이다.

국회가 당신이 낸 세금으로 짠 정부 예산을 심의도 없이 자동 승인한다고 상상할 수 있는가.

카르텔을 단단히 굳히는 것은 이 투표 맞교환 짝짓기다. 제대로 된 히스토리 노드를 운영하던 EOS SW/eden 같은 진짜 실력 있는 BP가 수건을 던지고 커뮤니티를 떠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https://eossweden.org/

이제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은 아랑곳하지 않는 스테이킹 상품을 통해, 몇몇 거래소와 그 중개인만으로 EOS DPoS 거버넌스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자.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 스테이킹은 곧 투표다 (모든 PoS와 DPoS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토니와 직접 거래했던 내 경험을 바탕으로, EOS의 투표 중개와 투표 거래라는 뒷거래 정치가 카르텔을 어떻게 굳혀 왔는지 그려 보려 했다.

6,800만 토큰이 발행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그사이 BP 지배 지형은 꽤 바뀌었다. 거래소 A는 토니의 표를 4,400만에서 2,300만으로 줄였다. 1년 전과 지금의 권력 구조는 이렇게 달라졌다.

보다시피 거래소(와 그 중개인)의 전체 영향력은 꽤 줄었다. 상위 21위에 드는 문턱도 예전의 ⅔쯤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 변화가 뜻하는 것은 하나뿐이다. 예전에는 토니의 표 없이 상위 21위에 드는 것이 세상의 표를 다 긁어모아도 절대 불가능했다면,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 2022년에 토니/거래소 A 없이 절대 불가능했다는 뜻: 주요 표 총 1억 4,900만에서 거래소 A의 4,400만을 빼면 상위 21위 컷라인 1억 3,200만에 한참 못 미친다.
  • 2023년에 토니/거래소 A 없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 주요 표 총 1억 1,369만에서 거래소 A의 2,200만을 빼면 현재 컷라인 8,600만을 간신히 넘는다.

예컨대 EOS 1,600만 개의 투표권을 깔고 앉은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2020년 3월 이후 한 번도 표를 바꾸지 않았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BP가 그 투표 목록에 그대로 들어 있다. 이 태평한 무관심 덕에, 현재 상위 BP들이 누리는 1,700만 표는 성과와 상관없이 아마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토니의 표가 없다면 상위 21위에 들기 위해 비트파이넥스의 표가 꼭 필요한데, 그들은 3년째 사실상 자리를 비웠다. 결국 표를 사더라도 토니의 표를 받지 못하면 상위 21위 BP는 영영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실상 뜻하는 바는, 지금 상위 21위 구조는 거의 바꿀 수 없고, 따라서 ENF와 그 지도부에 의미 있게 영향을 미칠 길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 구조 안에서 그들은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래소는 80% 리베이트가 꾸준히 들어오는 한, 자기 스테이킹 관행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눈길 한 번 줄 이유가 사실상 없다. 아주 큰일이 터지지 않는 한 그렇다.

따지고 보면 EOS는 거래소에게 수많은 알트코인 체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투표 보상으로 번 돈은 고객에게 스테이킹 이자로 돌아가고, 그것이 고객을 자기 플랫폼에 묶어 둔다. 거래소에게는 어느 정도 그것이 전부다.

EOS 네트워크의 전체 투표 참여량이 늘어나면서
표당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거래소 담당자.

슬픈 진실은 이렇다. 그들은 온체인의 정치적, 경제적 결정이 낳는 파장과 책임에서 대체로 동떨어져 있고 무관심하다. 그 결정이 많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안기는데도.

조용하기만 하면, 돈만 들어오면 다 괜찮다. 그렇게 토니와 그 패거리는 익명으로 남은 채, 장막 뒤에서 공공의 힘을 사적으로 휘두르도록 허락받아 왔다.

거래소가 '스테이킹'에 딸려 오는 의사결정 권한을 외면할 때 DPoS는 어떻게 부패하는가.

사실 거래소 A가 최소한 토니에게 한국 보유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한국 보유자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면서 투표하게 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6,800만 토큰 발행 같은 중대한 결정에 보유자들도 한마디 할 수 있었을 테니까.

문제는 토니와 그 같은 중개인들이 토큰 보유자의 힘을 휘두르면서도 한 번도 책임을 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는 내내 ENF와 그 지도부는 이 불편한 진실을 알면서도 그 덕을 보아 왔다.

지금 단계에서 카르텔은 이렇게 굳어져 있다. 그 큰 이유는 중앙화 거래소가 자기 스테이킹 사업에서 나오는 표의 영향력에 구조적으로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거래소는 스테이킹이 사실은 투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스테이킹 상품을 그에 걸맞게 다루어야 한다. EOS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PoS와 DPoS 생태계에 똑같이 해당한다.

다음 글에서는 EOS 거버넌스의 부패가 생태계의 또 다른 거물들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 더 들어가 보겠다. 기다려 주시길.

이 글과 EOS 거버넌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EOSproject 텔레그램 그룹으로 오시라.

더 읽기

1부: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머리말: 이 연재를 읽어야 하는 이유
  • 고백: 진실이 치유한다고 믿는다
  • 입문: EOS 거버넌스의 신뢰가 무너져 온 짧은 역사

2부: DPoS 블록체인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투표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투표 중개인의 등장
  • DPoS에서 카르텔은 어떻게 굳어지는가: 투표 맞교환의 원리
  •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 스테이킹은 곧 투표다

3부: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 코드 뒤에 숨을 수는 없다
  • 맺음말: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종은 종의 자리에

영문 원문은 2023년 12월 8일에 썼다. 2026년 10월에 AI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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